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 여는 세상-설날 증후군“며느리 역할 사표 냈어요”vs‘결혼포기세대’➶정조시대‘김신부부전’을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준비하고 상차림하고 시중들기까지. 그러니까 밥을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어요.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났다 앉았다...”

작가 김영주 씨는 6년 전 추석을 이틀 앞두고 시어머니에게 이른바 며느리 사표를 냈다.

20년 넘도록 명절마다 대가족 맏며느리의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다고 한다.

머뭇대며 사표를 냈는데 가족관계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한다. 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가족끼리 즐기는 시간이 더 늘었다.

이제 명절이 즐겁고 모이면 반갑고 함께 명절에 어떤 주체가 돼서 시간을 보내거든요.”

어느 집 며느리, 누구의 어머니가 아닌 나 자신의 행복 찾기에 나선 여성들이 명절의 참 의미를 묻는다.

이러한 가운데 설날 우울한 뉴스가 들린다. 미혼여성은 4명 중 1명이, 미혼남성은 5명중 1명이 현재 결혼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층 전반에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미혼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0~44세 미혼인구 중 '현재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3년 전보다 1.8배씩 증가했다.

결혼 필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 또한 긍정은 줄고 부정이 늘었다.

지난해 결혼에 긍정적인 태도('반드시 해야 한다''하는 편이 좋다')를 보인 여성과 남성 비율은 28.8%50.5%였는데, 2015(여성 39.7%, 남성 60.8%)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여성들은 14.3%'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며 남성의 경우에도 이런 비율이 3년 전 3.9%에서 지난해 6.6%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선조시대부터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조선 <경국대전>'예전'에는 “30세가 넘어도 결혼을 못하는 자가 있으면 국가가 경제적으로 돕는다. 그러나 궁핍하지도 않은데 자식을 그렇게 만들면 가장에게 논죄한다고 적혀있다. 이것은 국가가 혼인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혼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개인의 사사로운 혼인 문제까지 국가가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실제로 직접 혼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왕은 바로 정조다.

이런 내용이 '이덕무'<김신부부전>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덕무는 역대 실학자 중에서 가장 지식이 다양했다는 인물인데, 정조의 명을 받아서 김씨와 신씨 부부의 결혼 전기를 썼다. 1791년 정조는 한양에서 늦게까지 결혼하지 못한 사람을 조사해서 돈과 포목을 결혼비용으로 지원하여 도와주라는 명을 하였다. 그렇게 파악된 것이 280여 명. 혼인을 위한 정조의 프로젝트가 시행되며 그해 5월까지 대부분의 노총각, 노처녀들이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혼인식을 올렸다.

이런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말이 많이 퇴색하고 있다. 미혼 남녀의 결혼관이 의무에서 선택적 추세로 바뀐지 이미 오래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에서 어느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됐다.

지금 경제사정이 어려운 국면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맞벌이 계획과 맞물려 있다.

더군다나 변변한 직장이 없으니 미래에 대한 꿈도 결혼에 대한 꿈도 포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연애, 결혼, 출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 삼포세대가 늘 수밖에 없다.

결국 결혼율의 저하는 출산율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고 미래의 경제 활동인구의 감소는 불을 보듯 명확해지고 있다.

실질적인 취업난 해소는 물론 고비용 결혼문화를 저비용 문화로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공직자와 부유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더 이상 고급호텔 결혼식과 남성이 꼭 신혼집을 마련해야 하는 풍조도 변해야 한다.

지금의 50대 이상 세대들은 대부분 셋집에서 신혼생활을 했지만, 그런대로 행복을 누렸다. 다소 생활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언젠가 내집을 마련한다는 희망으로 고생을 극복했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청년들이 나약해진 것은 부모 탓이기도 하다. 무턱댄 과보호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모든 것을 부모에 의존하려는 나약한 청년으로 만든 원인이다.

자본의 원리에만 치우쳐 미래를 어둡게 하는 환경을 그대로 방치 한다면 우리 다음세대의 앞날은 암담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고정된 결혼관에서 벗어나 정책 기조를 개인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혼과 출산 정책이 지원되어야 한다. 개인이 행복한 결혼을 지향하여 결혼과 출산이 삶의 질을 높이는 시대의 기틀을 하루 빨리 다져야 한다.

명절날 며느리 역할 사표 냈어요명절 거부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는 설날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