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 여는 세상-국민교육헌장➘일본 皇朝皇宗(황조황종) 유훈‘敎育勅語(교육칙어)’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 새 역사를 창조하자.’

초중고 교가는 다 잊어버렸어도 다음 몇 문장은 기억날 것이다. 1968년 12월5일 대통령령으로 제정·반포된 국민교육헌장.

오늘을 사는 30대 이후의 성인들은 애국가와 함께 가장 먼저 393자의 이 국민교육헌장을 외웠다. 90년대 중반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뇌리 속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지상주의와 반공 민주주의를 온 국민들, 특히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68년 12월5일 자신의 이름으로 ‘국민교육헌장’을 선포했고, 모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국민교육헌장의 국가지상주의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문장에 드러난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가 오로지 국가 민족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도 국가나 민족이나 특정 종교의 특정한 목표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헌장은 분단된 한민족의 의식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었다. ‘헌장’이 주장하는 대로 대한민국 국민은 반공 민주주의를 위해 남한 땅에 태어났고, 북한 동포는 공산체제의 전파를 위해 북한 땅에 태어났다면, 우리는 영원히 남북 분단 체제 아래 살거나, 아니면 서로 전쟁을 통해 무력통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국 헌장에서 말하는 ‘영광된 통일조국’은 이승만이 주장한 ‘북진통일론’의 다른 표현일 뿐인 것이다.

그 내용은 철저히 개인보다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라는 국가주의로 점철돼 있다. 인간으로 태어난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민족중흥에 있고, 자기계발 또한 국가를 위한 것(‘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이며, 반공이 국시(‘반공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라는 것이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민족과 국가의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로 취급받았다. 1978년 6월 27일 송기숙 등 전남대 교수 11명은 “국민교육헌장은 행정부의 독단적 추진에 의한 그 제정 경위 및 선포 절차 자체가 민주 교육의 근본정신에 어긋나며 일제하의 교육칙어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그 핵심은 4가지로 요약되는데 △교육의 민주화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열 △외부 간섭의 배제 △3·1 정신과 4·19 정신의 계승전파와 자주평화통일의 역량 함양이었다.

오늘날 시각에선 대부분 수긍할 만한 내용이지만 성명서 발표 직후 교수 11명 전원이 당시 중앙정보부로 연행됐다. 6월 29일~7월 1일 이에 항의해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관련 교수들은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 또는 전원 해직됐다. 시위 학생 가운데 30여 명도 구속되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국민교육헌장의 가장 큰 문제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에서도 암기가 강제되던 ‘교육칙어’의 유사품이라는 데 있었다. 교육칙어는 1890년 메이지 일왕이 충량한 신민(臣民)이 되도록 교육에 힘쓸 것을 독려하며 내린 글이다. 얼핏 보면 유교국가의 삼강오륜을 강조한 듯하지만 일본 왕실의 조상을 뜻하는 황조황종(皇朝皇宗)의 유훈임을 내세우면서 ‘국가에 위급한 일이 생길 때 의용을 다하라’고 촉구한 내용이며, 이후 군국주의가 발호할 때 그 캐치프레이즈로 활용됐다.

특히 식민지였던 조선과 대만에도 교육칙어에 입각한 교육령이 공포되면서 일왕의 충량한 신민으로서 군국주의의 부름에 응하는 것을 내면화하는 도구로 쓰였다. 일제가 정한 신정(1월 1일), 기원절(일본 개국기념일), 천장절(일왕의 생일), 명치절(메이지 일왕 생일)을 일컫는 ‘4대 명절’ 때는 학교에서 전교생을 소집해놓고 엄숙하게 교육칙어를 낭독했다. 그러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1946년 미국 점령군사령부에 의해, 1948년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에 의해 교육현장에서 사라졌다.

일본 본토에서 사라진 교육칙어가 20년 뒤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부활해 36년이나 생명력을 이어간 셈이다.

참여정부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로 시작되는 국민교육헌장이 2003년 10월 2일 35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행정자치부는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5일을 국가기념일에서 삭제하기 위해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대통령령 규정’을 개정했다.

5.16쿠테타로 쿠테타 주역이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18년간 장기 집권하고 다시 34년 만에 딸이 정권을 잡았다. 이는 박정희는 5.16으로 정권을 잡았고, 박근혜는 51.6% 득표로 당선됐고 박정희는 18년 집권했고, 박근혜는 18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더 신기한 것은 5.16 끝난 지 정확히 51년6개월만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딸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등으로 출렁이던 촛불 바다에 의해 한 사람의 희생도 없이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냈다.

이를 뒤엎으려는 세력은 광장의 촛불에서 보듯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위정자들은 알고 행동하라.

플라톤 曰“스스로 통치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데 대한 최대의 벌은 악인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