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故신해철 4주기】“魔王(마왕),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했다➬그리고 이어지는 삶은 덤이다”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한밤 중, 아버지는 아들을 품에 안고 말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아들의 눈에는 마왕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왕은 아들에게 속삭인다. “귀여운 아가, 이리 오너라.” 아들은 마왕의 존재를 목격하고 겁에 질리기 시작한다. 이제, 아들의 귀에는 마왕의 속삭임이 들린다. 아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공포에 소리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버지는 그 소리는 마른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란다라며 아들을 다독인다. 마왕은 아들을 끌고 가기 시작한다. 아들은 절규하며 외친다. “아버지, 아버지, 지금 마왕이 나를 잡아요.” 곧 아버지는 아들의 숨이 멎었음을 깨닫는다.

슈베르트의 대표작 마왕’, 욕계(欲界) 제육타화자재천(第六他化自在天)에 살면서 바른 교법을 파괴하는 마의 우두머리. 천마(天魔)라고 한다. 마왕은 무작정 사악한 존재라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지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수행 혹은 올바른 앞날을 방해하는 혼돈스러운 신적 존재를 일컫는 개념에 가까운 걸 알 수 있다.

독특한 대중문화론과 뛰어난 무대 위의 카리스마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마왕(魔王)’으로 불리는 신해철, 10274주기를 맞았다. 독보적인 음악 세계, 거침없는 언변, 세상을 보는 정의롭고 따뜻한 눈과 마음을 지녔던 뮤지션이었다.

마왕으로 불리기 이전, 널리 불리던 별명은 교주였다. 1993년 한 공연장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이 통제하자 신해철은 경찰에게 알아서 통제할 테니 빠져달라고 부탁했다. 공연내내 팬들은 내가 노래 부를 때에는 의자에서 일어났다가 곡이 끝나면 앉는 식으로 질서정연하게 반복했고, 이는 흡사 사이비 종교단체와 비슷했다. 그 후부터 교주로 불렸다.

신해철은 언제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음악 장르를 순례하며 입체적인 음악 활동을 했고, 논객이나 독설가라고 불릴 만큼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면서 연예인이라는 이름하에 강요된 갖가지 금지를 깼다.

외가 쪽 6촌 사이인 서태지도 신해철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왕이나 독설가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사석에서는 후배에겐 친절하고 격의 없이 대하면서 선배에겐 깍듯한 사람이기도 했다.

특히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한 명의 시민이었다. 그는 기득권에 맞서 약자를 위해 노래하고 맞서 싸웠다. 간통, 동성동본 금혼 등 봉건적인 관행에 반대했고, 부패한 한국 사회를 '개한민국'이라고 부르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서막이 드러날때인 2016102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불을 통해 오늘은 마왕 신해철씨의 기일입니다라며 요즘처럼 참담하고 무거운 상황일수록, 그가 그립고 그의 노래가 그립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민들 저력으로 지켜왔고 국민들 힘으로 이만큼 온 나라입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확신과 희망의 믿음으로 마왕과 그의 노래를 추억합니다. 고맙습니다. 신해철씨라고 했다.

요즘 멘토로 불리는 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진짜는 찾기 어렵다. 자신의 말이 모두 진리인 것처럼 권위를 내세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란 뜬구름 잡는 소리만 내놓는다.

진짜 멘토는 말뿐이 아니라 함께 있어주고 싸워주는 사람이다. 그의 거침없는 독설이 그립다.

내일 나는 행복할 거야, 잘 될거야가 아니라 오늘로 충분 한거라고 한 신해철, 4주기가 되지만 죽지 않았다. 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의 정신과 그의 철학과 그의 음악은 여전히 남아있다.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