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박근혜 정부‘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남긴 교훈➨國可滅而史不可滅(국가멸이사불가멸:나라는 망해도 역사는 인멸될 수 없다)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50년전 에드워드 H. 카가 쓴역사란 무엇인가?의 글귀이다. 이렇게 역사는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때로는 속삭이며 시내물처럼 흐르고, 때로는 가파른 폭포가 되어 귓전을 때리며 퍼붓는다. 그러나 언제나 연속선을 그리며 흐른다. 기울기와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단절은 없다. 역사는 현재적 상황에서 부단히 재해석 되여야 한다. 정확한 역사해석은 새로운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해준다.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 관계자 등 1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명의 교육 공무원은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는 선에서 진상조사 처리를 마무리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국정교과서 홍보업체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정화를 실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등 핵심 인사들이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전 정부의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며 지난 3월 교육부에 박 전 대통령 등 25명을 수사 의뢰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수사권이 없어 외부 인사의 위법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해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했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의 기획과 실행에 가담한 고위 공직자들의 직권남용·업무상 배임·강요 등 구체적 위법 행위 여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수사 상황에 따라 의뢰 대상에서 빠진 박 전 대통령 등의 법적 책임 여부도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역사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그리스.터키.아이슬란드등 셋뿐이다. OECD 회원국 이외에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중국.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등 소수에 그치고 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이후락 중정부장을 비밀리에 평양에 보내 김일성과 밀담한후 공포의 정치'유신시대'를 열고 44년만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돌려 유신, 새마을 운동 미화에 나서 국민을 우민화로 몰아넣었다. 일부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대해 북한의 별보기. 천리마운동을 따온 것이라는 비난까지 하고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사관(史館) 혹은 춘추관(春秋館)에 소속된 사관들이 그날 그날의 시정득실(時政得失)과 관리들의 현부(賢否)나 비행(非行)을 기록하였다.

기록된 자료는 시정기(時政記)라 하여 매달마다 1책 혹은 2책으로 묶어 매년 마지막 달에 왕에게 책수만 보고하고 춘추관에 보관했다가 실록 편찬 때 이용하였다. 비밀이 엄격히 지켜져 실록이 편찬되면 세초(洗草)라 하여 물에 빨아 그 종이는 재생하여 다시 사용하였다.

이처럼 춘추관에서 공적으로 작성한 시정기는 일종의 공적 사초였다. 그 규범으로는 첫째 줄에는 연월일·간지(干支), 날씨, 각 지방에서 일어난 변괴를 쓰고, 둘째 줄에는 왕이 있는 곳, 경연에의 참석 여부, 왕에게 보고되거나 명령이 내려진 사항을 쓰도록 되어 있었다.

이렇게 온갖 수난을 겪으며 기록된 조선왕조실록은 이제 세계가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유엔은 조선왕조실록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고 우리는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왕조의 실록은 조선왕조가 망함으로서 중단된 것은 아니다. 비록 왕조의 실록은 아니지만 대통령기록물로서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아 여전히 중요한 역사의 기록으로 보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정권 들어 사초가 유실되고 조작됐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비밀기록을 단 한건도 남기지 않고 모두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촛불 집회를 촉발시킨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이나 BBK 의혹 등 MB정권의 각종 의혹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그러더니 최순실과 국정농단을 해 탄핵심판 받아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초를 조작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특히 연산군처럼 못된 사초를 남기지 않으려고 전화 통화, 그것도 대포폰을 사용했으며 탄핵 과정에서 남아 있던 기록물이 무단반출 혹은 폐기됐다

역사는 통합의 출발이다. 역사의 상상력은 창조의 바탕이다. 국민단합은 역사의 공유로 확정된다. 그것으로 국정의 추동력은 커진다.

승리에 취한 승자는 역사서술까지 독식할 권능이나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발터 베냐민의 말처럼 역사는 언제나 승자들에 의해 쓰여지고 관찰자의 관점에서 고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가 충분한 국민적 공감 없이 역사교과서를 바꾸려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애국자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들’(마크트웨인)인 위정자들. 일부 편향된 인사들은 과거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외눈박이가 되지만, 과거역사에 집착하는 자는 두눈을 다잃는다는 러시아 속담을 귀담아 듣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한다.

國可滅而史不可滅 (국가멸이사불가멸)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는 없어져도 역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이 가슴 속 깊이 간직했던 격언이다.

실록은 만년이후를 기다리는 책이다국조보감 서문에 기록된 정조의 글처럼 조선왕조 25427년간의 기록 조선왕조실록’ 189388책이 존속해 세계문화재로 등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