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맞는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일베’‘워마드’,미투~~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단지 남자이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2016년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 강남역 한복판의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살해 당한지 17일로 2주기를 맞이했다. 당시 범인과 일면식도 없던 20대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이유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으로 밝혀지자 많은 여성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와 일상 속 성차별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여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것도 모자라 남녀 혐오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미투열풍, ‘홍대몰카사건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여성들의 불만이 해소는 커녕 오히려 쌓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 성()에 대한 배척만 있다보니 일베’, ‘워마드같은 극단적 혐오까지 치달은 경향이 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2주기인 17일 사건 발생장소 인근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4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 모임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7시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제목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한편 성차별·성폭력 경험을 털어놓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자유발언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421일부터 약 한 달간 3400여명에게 연서명을 받은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1만인 선언도 발표한다.

강남여성 살해사건 직후 많은 여성들이 대책을 요구했고 당국도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201627431건에서 지난해 3270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성폭력, 데이트폭력, 몰카 등 고질적인 성범죄들이 강남역 사건 이후 불거진 남녀 간 이유 없는 혐오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실제 강남역 사건 이후 서로를 비난하는 남녀 간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우리 사회를 뒤덮은 미투(#Me too)가 대표적이다. 오랜 성적 폭력과 차별에 신음했던 여성 일부가 과거의 기억을 고백하자 진심을 의심하고 조롱하는 반응으로 또 한 번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남성들을 볼 수 있었다. '미투' 열풍을 촉발한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미투, 지친다 #미쓰리 등의 조롱 댓글은 물론 남초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서는 서 검사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기도 했다.

여성 살해는 이제 한국에서 널리 공유된 특정한 인식체계로부터 기인하는 사건으로, 즉 사회적 문제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여성혐오.

2010년대 중반 한국 대중문화에서 여성혐오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다양한 현상이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폭넓게 지칭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여성혐오가 단지 소수의 개인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박힌 공통의 인식체계로서 수많은 이들의 여성 혐오적 행위를 초래하는 일종의 사회적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사실이다

또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아직도 여전히 여성차별을 드러내고 있다. 주변의 선배·동료들 중 학부생을 가르치는 이들은 종종 토론수업에서 여성혐오나 소수자혐오가 버젓이 튀어나올 때의 당혹감을 이야기하며, 학교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를 깔고 있는 진술이 많은 지지를 받는 현황이다.

특히 우리는 학교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시민으로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에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며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여기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혐오가 무엇이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성소수자는 괴물이 아닌 인간이며 그에 대한 혐오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간을 피부색과 출신지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대학교수들의 제자 성추행등 교육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여성혐오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같이 한국사회의 상식과 합의를 재설정하는 일이 늦춰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이들의,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목숨과 상처를 그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맞는 강남여성 살인사건 2주기, 우리들의 집단적인·공적인 실천을 통해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