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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일]‘이재용 옥중 결제’ 삼성전자 ‘계획없다’던 액면분활 전격 실시

[데일리메일=이시앙 기자]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례 없는 수퍼호황에 힘입어 '실적 신기원'을 달성한 31일 갑자기 50 1의 주식 액면분할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방청권 추첨 경쟁률이 6.61을 기록한 가운데 보도자료 작성·배포를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팀 임직원들조차 직전까지도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로 철통보안 속에 논의가 이뤄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웬 날벼락이냐"라는 탄성이 이어졌다고 한다.

매출액이 무려 240조원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50조원을 가뿐하게 넘겼으며, 당기순이익도 40조원을 돌파하면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만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주식 중 가장 비싼 249만원이다. 이를 50 1의 비율로 액면분할 하면 산술적으로 주가는 50분의 1인 약 5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주식 1주가 50주로 늘어난다.

주가는 낮아지지만, 주식 수는 크게 불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 요구가 많았다. 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 거래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 액면분할 결정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그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배당 확대로 주주 환원을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그 수단으로 액면분할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고액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여기에 투자하기 힘들었다""일반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식 가격이 낮춰지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324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당시 권오현 부회장이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던 만큼 그 사이 이 같은 판단이 바뀔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지금 액면분할이냐'는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가가 250만원대를 넘어서며 너무 무거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111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그로부터 6년 만인 지난해 32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러고도 상승을 거듭해 250만원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배당을 대폭 확대하는 데 이에 맞춰 액면분할을 하면 배당의 혜택을 일반 투자자들이 폭넓게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지난해 48천억원을 배당에 쓴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배당 규모를 매년 96천억원 수준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다음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와 이번 액면분할을 연결시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삼성전자는 "전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액면 분할될 경우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수가 50배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주식 가치가 50분의 1로 쪼그라드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주식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유동성 증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런 기대감의 반영으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결정 발표 후 한때 5%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정관상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총 5억주인데 실제 발행된 주식은 약 14700만주이다. 이 중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는 약 12900만주다.

액면분할을 거치면 발행된 주식 수는 현재의 50배로 늘어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결정이 다른 고가주를 보유한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투자 접근성이 확대된 만큼 주주도 크게 늘면서 경영 참여나 간섭이 늘어날 수 있다.

다양한 주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것저것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이런 이유 때문에 액면분할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반면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현재 약 53% 수준으로 절반을 넘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액면분할로 인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것이란 추정도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액면분할을 해도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주주 제안을 하려 해도 일정한 지분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주주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주주들의 경영 간섭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액면분할 결정이 승계 작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주식 액면분할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액면분할로 승계 비용이 늘어난다면 주가 상승 역시 승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자사주 매입과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주가를 부양해 왔는데 이제 와서 경영권 승계 때문에 그간 액면분할을 기피했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 액면분할은 일러야 5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323일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총을 통과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5월께 액면분할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