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大雪(대설), 다음해 풍년 들고 푸근한 겨울➷여의도,‘크레바스’로 ‘갈라파고스’ 孤立無援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

11월은 중동이라 대설 동지 절기로다

바람 불고 서리 치고 눈 오고 얼음 언다

농가월령가’11월령이다.

24절기의 스물한째인 대설(大雪)은 말 그대로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옛사람들은 대설 초후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낳고, 말후에는 여주가 돋아난다고 했다.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이 된다는 믿음이 전해 오고 있다.

농사일을 끝내고 한가해지면 콩을 삶아 메주를 쑨다. 메주를 띄울 때는 며칠 방에 두어 말린 뒤,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우고 알맞게 뜨면 짚으로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두는데 이것은 메주를 띄우는 푸른곰팡이가 번식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장맛은 메주가 좋아야 하므로 이 시기에 메주는 집집마다 한 해 농사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성을 들인다. 메주는 백성에게 닥친 가뭄이나 기근으로 고생할 때 구황식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해에 풍년이 들기는 힘들 것 같다. 의원나리들이 내년 나라 살림을 제멋대로 나눠먹어 곳간을 채워줘야 할 백성들의 허리는 더욱 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새벽 통과된 2018년 예산안도 예년처럼 밀실협상과 민원예산 끼워넣기로 얼룩지면서 국회의 예산심사 기능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 되고 있다.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입법권과 함께 국회의 핵심 기능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일 90일전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60일의 논의를 거쳐 122일에 새해 예산안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예산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고 시간도 부족하다. 예산안 심사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예결위심사-예결위 예산안 등 조정심사소위 - 소소위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중요한 결정은 예산안 등 조정심사소위에서부터 이뤄진다.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가 중요하지만 짧은 심시 기간과 여야 정쟁 탓에 심도있는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다.

핵심 쟁점에 사안에 대해서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들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소위에서 이뤄지는데 무슨 논의가 이뤄졌는지,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429조 원에 달하지만 증액과 감액을 결정한 의원은 단 세 명이었다. 이 기구는 법적 근거도 없어서 회의록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 천문학적 돈을 다루면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해마다 밀실, 졸속 심사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원식·정우택·김동철, 세 당 원내대표들을 비롯한 이른바 실세 의원들이 협상 갈등 속에도 자기 지역구 예산은 살뜰히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아예 없던 예산을 넣었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운영비 125백만 원인데,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에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지역구 청주의 하수관 정비사업, 국도 건설비 등으로 15억 원가량을 추가로 받았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기재부에서 지역구 예산에 난색을 표해 예산 합의를 깨버릴 수 있다고 압박한 걸 SNS에 스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협박성 발언 덕인지, 지역구에 예산 52억 원을 더 내려보냈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엔 국민의당 협조가 크게 작용했다. 그 과정에서 새정치와 제3세력을 내세운 국민의당은 입만 열면 탈피하겠다던 밀실 흥정과 표리부동의 구태를 되풀이했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공무원 증원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용 세금에 손들어 줬다. 그 대신 경제성 논란이 많은 호남KTX 무안공항 경유 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예산과 직접 관계없는 선거구제 개편 추진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바람에 호남고속철도는 직선에서 크게 우회하는 자 방향으로 꺾이고 1조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게 됐다.

한국당은 의석 116명의 제1야당인데도 시종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짬짜미에 끌려 다녔다. 비록 잠정합의안이라지만 원내대표가 사인까지 해주곤 반대로 돌아서 체면까지 구겼다. 공무원 증원,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세금 지원,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누리과정 100% 지원 등 수조원씩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예산안에 대해 한국당 내 누구 하나 제대로 반대 논리를 펴는 사람이 없었다. 중진이란 사람들은 다음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렸다. 연속된 엉터리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된 초·재선 의원들은 좋은 자리에 취직해 즐기는 웰빙족 같다. 이 와중에 원내대표단은 수십, 수백억원의 자기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고 한다.

5만원권 지구1.5바퀴 도는 429조 슈퍼예산, 정치권은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헌법 제 238조에 보장된 4대 의무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짓밟았다. 1년전 촛불의 민심은 다시 그들을 향하고 있다. 촛불은 여의도를 크레바스로 만들어 갈라파고스로 고립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