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EU發‘법인세율 25%인 한국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난센스➽‘내로남불’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미국 플로리다 서남쪽 해상에 바하마(Bahama)라는 인구 25만의 섬나라가 있다. 캐나다와 인도처럼 영연방 국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엘리자베스 2세를 국왕으로 모시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독립국이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 섬나라는 1년 내내 기온이 따듯하고, 섬과 바다로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어, 미국인들이 며칠씩 쉬어 가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이러한 곳이 각종 세금과 규제를 피하려는 돈의 피난처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외국 법인에 대한 우대정책을 쓰고, 금융업이 전체 GDP8%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금융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세피난처(tax haven)는 세금이 내지 않고도 법인 설립을 허용해주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조세피난처의 지역은 독립국 또는 준독립의 자치지역이어서 단속이 어려운 점을 활용해 특정인 또는 기업이 해당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비밀 또는 불법 자금의 돈세탁에 이용하거나 본국의 세금 징수에 합법적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용된다.

바하마, 버뮤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케이만제도, 그레나다등 멕시코만과 카리브해에 집중돼 있고, 안도라, 지브롤타, 리히텐 슈타인, 모나코등 유럽의 소국 또는 자치령도 세금을 피해 오려는 해외 큰손 유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리브해는 외환 거래자뿐 아니라 미국등 세계 주요은행들도 지점을 개설해 자금을 대피시키고 있다. 이른바 페이퍼 지점(Paper Branch). 페이퍼 지점에는 직원을 두거나, 건물을 둘 필요가 없다. 서류 상으로 지점을 등록해놓고, 돈을 적립시키면 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는 카리브해 안틸레스 군도(Antilles Isles)에 예금을 적립해 두고, 뉴욕 사무실에는 딜러와 트레이더들만 북적거린다. 예컨데, 뉴욕의 딜러가 중국 위안화를 공격할 경우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안틸레스 군도에 터놓은 계좌에서 자금을 동원하면 된다.

그러나 해양 군도들이 언제까지나 세금 도피의 안전 지대로 남아 있기 어려웠다. 미국, 유럽등 선진국들이 세수 확대와 범죄 방지를 위해 탈세자에 대한 예금 비밀을 공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21세기 들어 세계적인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조세피난처(tax haven)는 미국이다. 한때 스위스 은행에 세금을 피하려고 계좌를 연 미국인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던 미국이 거꾸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조세피난처가 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네바다, 와이오밍, 사우스다코다주가 계좌주인의 익명과 비밀을 보장하며 조세피난처로서 역할을 하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들 미국 중부의 주는 산업활동이 저조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조세회피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5(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선정했다. 한국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이 어떤 제재를 받게 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벌금 부과 등 패널티를 비롯해 대외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소득·법인세 등 감면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EU의 투명성 문제 제기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평가해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EU에 설명해왔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EU 회원국들도 시행 중이며 특히 한국의 외국인투자구역 등에 대한 세제혜택은 법에 근거해 조건에 맞는 기업에 대해선 모두 적용하며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상 국가들은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신인도가 악화될 경우 해외 간 거래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내년 1월 개인이 이민 등 해외로 전출할 경우 국내 보유주식에 대해 미리 과세하는 '국외 전출세'(Exit Tax)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법인에게도 유사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악재가 겹쳤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법인 국외 전출세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던 금융투자회사가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로 이전하려면 비용(국내 보유주식에 대한 납세)을 치루도록 하는 것이다.

국외 전출세 도입은 전세계적 흐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외 전출세를 역외탈세 방지 수단으로 제시했다. 개인 국외 전출세는 일본, 유럽연합 등 이미 도입된 곳이 많다.

법인 국외 전출세는 나라별로 조세 체계에 따라 유형이 약간 다르다.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세금 회피 목적으로 미국을 떠나는 기업에게 이탈세를 걷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미국 상원이 법인세를 큰 폭으로 낮추는 법안을 처리했다. 현재 세율이 35%인데 거의 절반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다.

이는 법인세를 높이려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대조적이다.

법안대로라면 미국이 앞으로 10년간 덜 걷게 될 세금은 우리 돈 1630조 원에 이른다.

미 의회가 트럼프의 법인세 삭감구상에 동의한 것은 외국 기업을 더 유치하는 한편,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났던 미국 기업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것이다.

반면 우리 국회는 글로벌 기업을 겨냥해 법인세를 3%p 높이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다면 해외기업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비즈니스맨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후 법인세를 낮추면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OECD국가중 법인세율 평균(22%)보다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 조세피난처라는 난센스다.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였던 국회는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로 올리기로 했다. 세계 각국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기업은 세계 글로벌시대에 맞춰 해외 주요지역에 해외공장을 건설, 자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피난처로 지정되면 새만금, 영종도의 해외기업 유치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EU의 결정은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라고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