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농산품 예외’김영란법 개정➨“포청천, 지하에서 怒한다”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내 자손들이 벼슬을 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그들이 죽은 이후에도 우리 포씨 집안의 선산에 묘를 쓰지 못하도록 하라!”

송나라의 정치가. 지방관으로서 부당한 세금을 없앴으며, 판관이 되어 부패한 정치가들을 엄정하게 처벌한 포청천의 유언이다.

95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부패공화국에서 탈피하기 위해 포청천을 지난해 928일 시행됐다.

청탁금지법은 불과 1년여 만에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한 청탁과 접대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법 덕분에 공직 사회에서 청탁과 접대가 눈에 띄게 줄고 학부모들의 촌지 부담도 거의 사라졌다. 적어도 드러내놓고 청탁이나 접대를 할 수 없는 '청렴'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 정부가 농어촌을 살리겠다고 법에 칼질하려고 하자 이 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국민권익위원회가 27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3-5-10’(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 규정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확정하려 했지만 격론 끝에 부결됐다. 정부는 공직자 등에 대한 선물 한도를 농축수산품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사실상 확정했으나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서 가로막힌 것이다. 정부는 시행령 완화 방침을 거둬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농축수산품 분야에서 생산자들의 피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번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또다른 예외를 요구하고 나오기 마련이다. 다른 업종에서 피해를 호소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부는 어떻게 할 건가. 농축수산품에 가공품을 포함할지, 가공품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농축수산품에 한정한다지만, 이번 조처가 결과적으로 청탁금지법 전반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선물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최고급 선물세트는 여전히 팔린다. 138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가 눈에 띈다.

지금도 직무와 관련이 없는 선물은 5만원을 초과하더라도 1100만원 이내인 경우엔 위법이 아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10만원이 넘는 농축수산품을 선물하는 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직자들을 위해서 이 법을 개정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 오랜 관행과 문화를 바꿔보자는 사회적 공감대 아래 시행됐다.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개정 요구가 우후죽순 이어질 수 있다. 부족한 건 보완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겠지만 이를 핑계로 법 자체를 후퇴시키려 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