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 세상-【대한제국 선포 120년】2019년 대한민국 건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국민 주인인 나라 만들기”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우리나라는 곧 삼한의 땅인데, 국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다. 지금 국호를 대한이라고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 또한 매번 각국의 문자를 보면 조선이라고 하지 않고 한이라고 하였다. 이는 아마 미리 징표를 보이고 오늘이 있기를 기다린 것이니, 세상에 공표하지 않아도 세상이 모두 다 대한이라는 칭호를 알고 있을 것이다. ... 국호가 이미 정해졌으니, 원구단에 행할 고유제의 제문과 반조문에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고종은 18971012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환구단(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단)에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나아가 조선의 국호를 대한으로 고쳐 대한제국의 탄생을 국내외에 선포했다. 이는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세계 열강과 대등한 자주 독립국가임을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대한제국은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나라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국가대신 민국이란 용어를 먼저 사용했다. 국가의 ()’는 집안을 뜻한다. 고대국가는 패밀리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이다. 정조가 국가대신 민국이라 부른 것은 나라의 중심이 왕과 사대부가 아니라 왕과 백성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같이 정조는 만민의 왕이 되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런 정신을 고종이 공유, ‘적민(積民)이라고 사용했다. 이는 곧 서구의 근대국가 개념과도 상통하는 정신이다.

1919년 고종이 독살되자 장례식 이틀 전에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 정신이 상해임시정부로 이어졌고,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면서 대한제국을 승계했다. 1945년 일제 압제에서 벗어나 48년에 정부수립을 다시 한 것이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았다.

건국절 논란은 지난 2006년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20079월 한나라당의 정갑윤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는 국경일 법안을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오르게 되었다. 건국절 논란은 그간 보수·진보 진영간에 첨예하게 대립해온 이슈다. 더욱이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쟁으로 불거지면서 보혁 갈등을 확산시켰다. 1948년이후 역대정부가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815일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광복절로 기념해왔다는 점에서 광복보다는 건국의 의미를 앞세웠던 이명박 전대통령은 건국 60주년 기념사업회를 출범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고, 당시 야권 차기주자였던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건국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한민국 건국은 1948815일이 아니라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라는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대한민국은 19193.1운동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건국됐다는 게 정설이다. 제헌헌법에도 명문화돼 있는 사항이다. 다만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이 끊이지 않다. 임시정부의 경우 국가의 구성요소인 영토와 국민을 갖지 못한 망명정부였기 때문에 1948815일 건국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경일에 관한 법을 일부 고쳐서 815일을 광복절이자 건국절로 불러야 한다며 건국절 법제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광복회는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지하에 계신 안중근, 윤봉길 의사님을 비롯한 독립운동 선열께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제헌헌법 전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에서 국가 원년 31일 우리 대한민족이 독립선언을 함으로부터에 이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헌헌법에서는 1948년 대한민국의 기원을 1919년 임시정부의 출범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건국 기점이 언제인가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건국절 주장은 대한민국에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나온 말이다. 이들은 개천절이 이미 건국기념일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천절을 영어로 하면 National Foundation Day, , 건국절이 된다. 실제로 개천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립 때부터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었으며, 당시에 이미 건국기원절이란 이름으로 불린 바 있다. 비록 신화에 의거한 것이긴 하나 지난 한 세기 동안 민족의 건국기념일로 존재해 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며, 국경일은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건국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건국을 기념하는 날이 여럿 있긴 하나, 그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을 취사하여 건국기념일로 기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건국일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독립선언서에 건국의 아버지들이 서명한 177674일을 독립기념일이라고 기념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중화민국 등의 국가는 공화 정부 수립일이 아닌 혁명시작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헌법이 발포된 1950126일을 공화국의 날이라는 이름의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으며, 헝가리나 일본, 스위스는 최초의 국가 성립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처럼 건국일이란 개념 자체는 세계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있더라도 실제 건국일(또는 정부 수립일)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승리에 취한 승자는 역사서술까지 독식할 권능이나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발터 베냐민의 말처럼 역사는 언제나 승자들에 의해 쓰여지고 관찰자의 관점에서 고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100년간 우리 역사 최대의 맹점 가운데 하나는 식민지 잔재 청산의 실패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우리 내부의 모든 문제들이 거기에서 비롯됐다. 건국절 논란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시민 촛불혁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악순환의 역사를 마감해야 할 때가 됐다.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명박근혜정권 9년동안 끊임없이 되풀이돼 온 건국절논란, 이제 종지부를 찍고 진보와 보수, 산업화와 민주화세력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해왔던 불신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화해와 동합의 시대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위정자들은 과거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외눈박이가 되지만, 과거역사에 집착하는 자는 두눈을 다잃는다는 러시아 속담을 귀담아 듣고 역사 바로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