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섭의 아침을 여는 세상

[데일리메일]-김원섭 아침여는세상-【국제 실종자의 날】한국, 46만명 인간 증발中➽지금도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암약➨JPAC 표어“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데일리메일=편집인 김원섭]어느 날 구니 가즈후미는 훌쩍 집을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당시 20대 후반 나이였던 그는 이제 60대 후반. 명문대를 나온 뒤 금융사 자산관리 업무를 맡은, 실력 있고 용모단정한 그는 한때 금융상품을 가장 잘 파는 톱 셀러맨으로 앞날이 창창했다. 잘못된 곳에 투자했다가 4억엔을 날린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수치심에 떨던 그는 1970년 어느 날 아침 아무런 말도 없이 무작정 열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야말로 증발이었다.

8월 월 30일 유엔에서 정한 세계 실종자의 날을 맞아 프랑스인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남편인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가 일본 취재로 쓴 <인간 증발>(Les ?vapor?s du Japon)을 되돌아 본다.

지난 1981년 남미 코스타리카에서 실종자 가족 찾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서 벌어진 일들이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인간증발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몇 년전에는 행방불명된 신체박약자들을 섬에서 노예로 부린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빚을 지고 은신하거나 죄를 짓고 숨은 이들, 노숙자나 부랑인, 더러는 버려진 사람들이다. 그 숫자가 무려 462천명에 달한다. 국민 100명당 거의 1명꼴인데도 정부는 이들을 탁상 위의 통계 숫자로만 다루고 있다. 생사조차 모르는 이들의 신성한 한 표가 버려지고, 죽음을 숨기고 복지혜택을 타내거나, 살아있는데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거주불명자가 부지기수다. 이들이 범죄에 연루되거나 가난과 질병에 방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가 파악하지 못하는 국민이 46만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통계는 범죄와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실감하게 된다. 거주불명자들은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가정불화 탓에, 혹은 범죄에 연루돼, 저마다의 사정으로 제도권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최근 일어난 범죄 사례들을 보면 거주불명자들이 범죄 표적이 된 경우나 반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가 거주불명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가 거시적으론 당사자들을 가해자 혹은 피해자 역할로 범죄 사각지대에 내몰고 있다.

행자부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재외국민을 포함해 지난 1월말 현재 전체 국민은 51704332. 이 중 0.9%461974(40290세대)이 거주불명자다. 200941일 주민등록법이 개정돼 주민등록 무단전출자 말소제도가 폐지되면서 201010월부터 주민등록말소자 모두 거주불명자로 일괄 전환됐다. 이들은 주민등록이 남아 있는 만큼 당연히 인구 통계에 포함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분기마다 일제 조사를 해 거주불명자 등을 정리하고 있다. 주민등록 자료를 토대로 이장이나 통반장을 통해 한 주민이 등록된 주소에 실제 거주하는지를 확인한 뒤 살지 않는다고 하면 공무원이 직접 현장 확인에 나선다.

이웃과 가족 관계부의 가족 등을 수소문, 소재 파악을 한 뒤 거주가 불분명할 경우 공고를 하고 일단 기존 거주지를 주소로 해 거주불명자로 등록한다. 1년 후에도 거주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소를 읍면동사무소로 옮겨 관리한다.

하지만 이후 거주불명자에 대한 확인 작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는 방법이 없다며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에 포함된 거주 불명자도 엄연한 우리나라 국민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소재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각지대 놓인 국민을 단 한 명이라도 찾아내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태도가 중요하다.

방치된 국민이 혹시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인식과 대처가 필요하다. 통계청이 2015년부터 실시한 등록센서스에 주민등록 인구통계가 과거보다 주요하게 활용되는 만큼 거주 불명자 관리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심도 이제라도 미뤄져선 안 된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은 지난 1991326일 대구에 사는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후 116개월 만인 2002926일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1986~1991),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1991)과 함께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린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2차대전, 6·25 전쟁 등 세계 각국 전쟁터에서 실종된 미국인 유해를 찾는 미국의 '전쟁포로·행방불명자 합동조사본부'(JPAC)의 표어다.

죽은 국민의 시신까지 찾아내려 최선을 다하는 미국의 노력은 거주 불명 국민 46만명을 보유한 우리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