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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일]황병헌 부장판사,조윤선 무죄 판결➲‘블랙리스트’몸통,김기춘

[데일리메일=윤성현 기자]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관리·적용하게 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에서 전혀 다른 판단을 받았다. 이에 황병헌 판사가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황병헌 부장판사는 1970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5기로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다.

황병헌 판사는 앞서 최순실 사태에 분노하여 검찰청사에 포클레인을 몰고 돌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황 판사는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를 적용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선 블랙리스트 실행의 '정점'에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했지만, 조 전 수석에게는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지원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그 시작점부터 김 전 실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20141월 당시 박준우 정무수석과 신동철 소통비서관 등에게 정무수석의 주관하에 부처별 보조금 지원실태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라고 지시한 점을 인정했다.

이후 TF의 활동 결과를 정리한 '문제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방안'을 보고받고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 결과 '건전문화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 실행계획'이란 보고서가 작성되고, 교육문화수석실의 문체비서관실과 정무수석실의 소통비서관실이 서로 협조하며 배제 대상자를 선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문체부가 문예기금을 관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공모 신청자 목록을 받아 교문수석실로 보내면 이 명단을 정무수석실의 소통비서관이 검토한 후 다시 문체부 예술위로 전달한 시스템이었다.

재판부는 이런 식으로 비서실장이나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 등이 예술위의 문예기금 공모사업에 관여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 배제하게 지시한 것은 예술위의 독립성과 심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은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기춘은 보조금 TF 활동을 통해 좌파나 정부에 반대하는 개인·단체에 대한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게 하고, 그 배제 기준과 실행방안을 수립하게 했다""김기춘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청와대와 문체부를 통해 문예기금 등 지원사업 배제가 실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춘이 지원배제의 실행행위 자체를 분담하진 않았다고 해도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김 전 실장의 ''에서 지원배제가 시작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의 형량을 정하면서 "지원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했고, 실행계획을 승인하거나 때로는 이를 독려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는 반대로 조 전 수석에 대해선 지원배제 행위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해당 행위가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재임하기 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단체 보조금 TF는 전임자인 박준우 수석 당시 운영됐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부임한 후 신동철 당시 소통비서관이 민간단체 보조금 TF의 활동 결과를 개략적으로 보고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신 비서관이 '정무수석실이 좌파나 정부 반대 단체의 명단을 검토해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보고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신 비서관의 후임인 정관주 전 비서관도 지난 6월 법정에서 "조 전 수석에게서 명단 검토 업무에 대한 지시나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한 번 정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고도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들을 종합해 조 전 수석이 지원배제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독립영화 전용관이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지원 금액을 삭감한 것, 특정 도서의 세종도서 선정을 배제한 것도 김 전 실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항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런 과정에 정무수석실이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며 조 전 수석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